거룩한 제단을 지키는 수호천사
* 이 이야기는 실화입니다.
오래전 한 사제가 저녁 늦게 성당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가 미처 하지 못한 일을 마무리 짓기 위해. 사제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성당 안은 어두웠습니다. 지성소 제단 앞의‘아름다운 문’에 드리워진 커튼을 닫으려고 가까이 다가갔을 때, 그는 눈부신 천사가 손에 불타는 검을 들고 서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사제는 너무도 무서워서 도망치려고 하였습니다. 그때, ‘도망가지 마라!’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사제는 겁에 질려 꼼짝하지 않고 서서는 멍하니 있었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천사는 아주 부드럽게 말하였습니다. ‘나는 제단을 지키는 천사이다. 제단이 축성되면 그것은 거룩하게 되고, 전능하신 주님께서는 그 제단을 지키는 수호천사를 그 곁에 두신다.’
천사가 말하는 동안 사제는 그 자리에 서서 귀를 기울여 들었습니다. 그러나 두려움 탓에 뒤로 돌아서 제단 쪽을 바라보지는 못하였습니다.
‘이리로 와서 원래 하려던 대로 아름다운 문의 커튼을 쳐라’라고 천사는 다시 부드럽게 말하였습니다. 사제는 곧바로 돌아서서 제단으로 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두려움 대신에 지극한 평온이 그의 마음에 가득 차올랐습니다. 그는 두려운 마음으로 제단의 커튼을 천천히 당겨 계획했던 일을 마쳤습니다.
그런데 성당을 떠나면서 그는 의심스런 생각들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이것이 내 상상이겠지? 아님 내가 꿈을 꾼 것인가? 환청(幻聽)을 들은 것인가?’
바로 그 순간에 그는 마치 의심에 대한 대답인냥 수천, 수만의 천사들이 성모님을 찬양하는 성가(악시온 에스티)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는 경외감 속에서 성가를 듣다 그만 기절해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얼마쯤 지나 그는 정신이 들었고, 자리에서 일어나 곧바로 집으로 향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그날 밤에 일어난 일에 대해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 일을 15년 동안 혼자 간직하고 지냈습니다. 그리고 생을 마치기 직전에 고백성사를 하면서 자신의 영적 아버지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하였습니다.
모든 정교회 성당은 예배 말고 다른 용도로도 쓰는 강당 같은 곳이 아닙니다. 그것은 구약성경의 솔로몬 성전처럼 축성된 거룩한 장소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정교회 성당의 제단 곁에는, 비록 우리들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수호천사가 있어서 성당으로 들어오는 이들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답니다. 천사에 대해서는 신, 구약 성경에서 수없이 이야기하고 있는데, 혹시 궁금하다면 우선 구약 이사야서 6장 1-7절을 찾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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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야 6:1-7, 공동번역)
우찌야왕이 죽던 해에 나는 주께서 드높은 보좌에 앉아 계시는 것을 보았다. 그의 옷자락은 성소를 덮고 있었다. 날개가 여섯씩 달린 스랍들이 그를 모시고 있었는데, 날개 둘로는 얼굴을 가리우고 둘로는 발을 가리우고 나머지 둘로 훨훨 날아 다녔다. 그들이 서로 주고 받으며 외쳤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만군의 주
그의 영광이 온 땅에 가득하시다."
그 외침으로 문설주들이 흔들렸고 성전은 연기가 자욱하였다. 내가 부르짖었다.
"큰일났구나. 이제 나는 죽었다.
나는 입술이 더러운 사람,
입술이 더러운 사람들 틈에 끼어 살며서
만군의 주, 나의 왕을 눈으로 뵙다니 ......"
그러자 스랍들 가운데 하나가 제단에서 뜨거운 돌을 불집게로 집어 가지고 날아 와서 그것을 내 입에 대고 말하였다.
"보아라, 이제 너의 입술에 이것이 닿았으니
너의 악은 가시고 너의 죄는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