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 29

진정한 사랑

악마와 수도원장의 대화 한번은 악마가 수도원장에게 나타나 말하였습니다. “나는 당신네 수도사들이 일하면서 서로 싸우게 하려고 하루종일 애를 썼지요. 하지만 이제 모두를 내 뜻대로 쳐부수고 패배를 안겨주리라고 생각할 때, 불행하게도 매일밤마다 수도사들이 내 일을 망쳐버린답니다. 내 덫과 그물망을 말입니다.” 수도원장이 되물었습니다. “그 말이 무슨 뜻이요? 수도사들이 당신의 덫과 그물망을 어떻게 망친단 말이요?” 그러자 악마가 대답하였습니다. “매일 저녁 석후소과를 마치고나서 모두들 무릎을 꿇고 서로 용서를 구하더란 말입니다. 수도원장의 용서와 축복을 청하고 나서야 각자의 방으로 가서 쉬더군요.” 수도원장과 악마 사이에 있었던 이 대화는 사탄의 유혹이 어떻게 실패하게 되는지 잘 보여줍니다. 곧, 겸손과 용..

대사순절 2024.04.12

하느님을 아는 길 3

많은 부자와 권력자들은 주님이나 정결하신 성모님을 보기 위해 기꺼이 큰 돈과 희생을 치르려 할 것이지만, 하느님은 부와 권력 속에 나타나시지 않고 겸손한 마음속에 모습을 드러내십니다. 아주 가난한 이들은 겸손할 수 있으며, 따라서 하느님을 알게 됩니다. 하느님을 알기 위해 돈이나 명성은 필요하지 않으며, 오직 겸손만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한다고 해도 만일 우리가 하느님의 계명에 따라 살지 않는다면 하느님을 아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과학에 의해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성령에 의해 알 수 있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철학자들과 학자들이 하느님은 존재하신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지만, 하느님을 알지는 못했습니다. 하느님은 존재하신다고 믿는 것과 하느님을 아는 것은 서로 다른 것입..

대사순절 2024.03.22

2024년 대사순절 설교

거룩한 대사순절 설교 새 로마-콘스탄티노플의 대주교이며, 세계 총대주교인 하느님의 종 바르톨로메오스는 우리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평화와 우리의 기도와 축복과 용서가 온 교회에 함께 하길 빕니다. 주님 안에서 지극히 존경하는 형제 주교들과 축복받은 자녀 여러분, 사랑의 하느님의 은총은 우리가 다시 한 번 뜨리오디온이라는 영혼의 유익을 누리는 기간에 들어가고, 위로부터 오는 선물과 십자가와 부활의 기쁨으로 가득한 금욕적 투쟁의 장인 거룩한 대사순절에 도달하도록 합당케 해주셨습니다. 이 축복된 기간 동안 교회 생활의 영적 풍요로움과 역동성, 그리고 우리가 구원받을 수 있는 모든 방법들이 분명하게 나타납니다. 우리는 이미 바리사이파 사람의 교만과 독선적인 오만함으로부터, 탕자의 비유에 나오는 큰아들의 ..

길을 떠날 준비

주님은 교만한 영혼에게 당신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십니다. 교만한 영혼은, 비록 아무리 많은 책을 읽는다해도 결코 하느님을 알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교만으로 인해 성령의 은총이 들어설 자리를 내주지 않기 때문이며, 반면에 하느님은 겸손한 영혼에게만 나타나시기 때문입니다. 교만은 우리 영혼이 신앙의 길을 떠나도록 허락하지 않습니다. 이제 불신자에게 조언을 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말하십시오. “주님, 만일 당신이 계시다면 저에게 빛을 비춰주세요. 그러면 제가 저의 온 마음과 영혼을 다해 당신을 섬기겠습니다.” 이제 이 겸손한 생각과 하느님을 섬길 준비가 된 이에게 주님은 곧바로 빛을 비춰주실 것입니다... 그리고 성령의 은총이 그 사람의 영혼 안에서 증인이 될 것이며, 그는 온 세상을 향해 이렇게..

뜨리오디온 2024.03.15

하느님께로 더 가까이

무너져가는 세계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에피파니오스 테오도로뿔로스 원로(1930-1989, 그리스 뜨리지나의 게하리또메니 수도원 설립자) - 원로님, 많은 신자들이 오늘날 세상이 점점 더 나쁘게 변해가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처럼 몰락해 가는 현상은 사람들을 겁먹게 합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무엇을 할수 있습니까? - 우리는 하느님께 가까이 있어야만 합니다. 성경이 말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너희는 주님의 어지심을 맛들이고 깨달아라. 그에게 피신하는 자는 복되다.”(시편 34:8) 시리아왕이 엘리사 예언자를 붙잡으려고 군대를 보냈을 때, 예언자는 자신의 종과 함께 있었습니다. 그 종은 자기들을 잡으러온 군인들을 보자마자, 겁에 질려 어쩔줄을 몰랐습니다. 그리고는 예언자에게, “선생님..

뜨리오디온 2024.03.14

그리스도를 옷입으면

바숀 섬의 '지극히 자비로우신 구세주'(All-Merciful Saviour) 수도원 그리스도를 옷 입으면..... 여러 해 전 저는 숲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걸어가다가, 통나무 위에 앉아 있는 한 젊은이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호젓한 산 속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어 저는 조금 놀랐지요. 그는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듯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놀라게 한 것은 아닌가 하고 사과했습니다. 그리곤 하느님의 창조세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야기하다가, 가지고 온 샌드위치와 커피를 함께 먹지 않겠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의 옆에 앉아 가방을 열고는 제 점심도시락을 꺼내 함께 음식을 나누었습니다. 조금 지나자 그는 제게로 향하더니 총을 꺼내 보여주며, 자살하려고 이렇게 외따로 떨어진 곳에 왔노라고 말했습니..

기도의 힘

기도의 힘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때로는 해 없는 낮과 같고, 달이 없는 밤과 같다는 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합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그 어디에도 빛이 없다고 느낍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팔레스타인 가자의 전쟁... 이런 때에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있는 지혜로운 사람은 수평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멈춥니다. 곧, 다른 사람의 문을 두드리길 멈추고, 사람에게서 도움을 받으려고 간청하지 않습니다. 이런 시기에 지혜로운 사람은 성인들의 삶에 대한 책을 펼치고, 성인들은 어려움을 어떻게 맞닥뜨렸는지, 어떻게 울부짖었는지, 하느님 앞에서 어떻게 서서 기도했는지, 역경과 시련이 성인들을 막다른 골목과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자유롭게 하여 곧바로 낙원으로 인도하였는지를 살펴봅니다. 저는 요르고스를 기억합니다. 그는 ..

세리와 바리사이파 사람 주일

루가 16주일 (루가 18:10-14) 세리와 바리사이파 사람 주일 (뜨리오디온 시작) - 암브로시오스 조성암 한국 대주교의 설교 - 주제 : 우리 영적 성장의 기본이며 초석인 겸손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우리는 부활절을 향한 긴 항해의 첫날이며, 신자들의 영적 준비와 훈련을 쌓는 뜨리오디온 기간을 시작합니다. 뜨리오디온 기간의 한 주 한 주는 우리를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세상적인 것에서 영적인 하늘로 오르게 해주는 사다리와 같습니다. 한번은 사막의 한 수도자가 하느님으로부터 기적을 행하는 은사를 받았는데 특히, 악한 영을 쫓아내는 은사를 받았습니다. 하루는 수도자가 악한 영들이 무엇을 제일 무서워하고, 어떤 경우에 도망을 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다음과 같이 물어보았습니다. - 너희가 제일 무서워하는..

뜨리오디온 2024.02.26

먼지처럼 잘게 빻아져서

“친애하는 ...에게 ... 불쌍하고 초라한 사람인 저에게 충고같은 것을 요구하지는 말아주세요. 저는 하늘나라를 바라다볼 능력도 없으며, 바다의 깊이를 측정할 힘도 없습니다. 저는 거칠게 흘러가는 강물에 길을 열어주거나 탁트인 호수에 댐을 건설할만큼 총명하고 지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지도 못합니다. 저는 세상의 종말을 가늠하거나 우주의 법칙을 이해할 정도의 능력은 없답니다. 저는 사람을 변화시키려고 의도하지 않으며, 세상에서 악을 제거하려는 야심도 없습니다. 보시다시피 저에게는 그런 일을 할만한 지식이나 능력 어느 것도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어떤 선한 일이나 하느님을 기쁘시게 할만한 것 하나도 하지 못하는 그저 딱하고 죄많은 사람일뿐입니다. 제가 할수 있는 것은 오직, 듣고 따르고자 하는 열망을 지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