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들 136

낮이 있는 동안에

낮이 있는 동안 일하라 한 늙은 왕이 자기 왕국의 먼 지방에서 일어난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군대와 함께 떠났다. 반역자들을 제압하고 나서 왕은 성문으로 통하는 큰 길 한가운데에 촛대를 세웠다. 그리고는 거기에 불을 붙이고난 뒤 공포하기를, 자신을 거역해 반란에 참여한 자 중에 누구라도 촛불이 켜져 있는 동안 항복하고 충성의 서약을 하는 사람은 처형을 면할 것이라고 하였다. 왕은 반역자들에게 자비를 베푼 것이다. 그러나 그 자비는 촛불이 켜져 있는 동안으로 한정된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우리 모두도 초가 켜져 있는 동안 살아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불을 밝힌채 타오르는 초는 곧 우리의 생명이다. 그 불은 영원히 타지는 않을 것이다. 도리어 촛불이 켜져 있는 동안 우리는 하느님의 용서하심과 영원한 생명의 ..

짧은 이야기들 2020.10.13

하느님은 실제로 계시나?

하느님은 실제로 계시는가 아니면 상상으로만 존재하시나? 오스트리아 태생의 생리학자 프로이트(S. Freud, 1856-1939)는 하느님은 인간이 지닌, (무엇인가를) 우러러보거나 의지하고픈 깊은 바램을 충족시키기 위해 사람 자신이 창조한 하나의 형상이라고 믿었다. 달리 말해서, 그는 하느님은 (그 형상을) 창조한 사람의 정신 안에만 있고, 그밖의 다른 곳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럼 만일 프로이트가 맞는다면, 우리 모두는 이 세상에서 고아이며,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운명의 지배를 받는 가엾은 생물체일뿐이다. 어쨌든 프로이트의 영적 자녀(?)라고 할수 있는 정신과 의사들은 매우 바쁜데, 그것은 정확히 하느님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단 프로이트가 옳..

짧은 이야기들 2020.10.05

영적 성장을 위한 영양제 6

한 주의 하루하루 우리 교회의 축일표를 보면 한 주의 각각의 날은 그 나름의 특별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 한 주일의 첫 날은 주일이고, 이 날은 바로 우리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경축하는 ‘작은 부활절’이다. 이로써 한 주일을 살아가야할 우리들에게 (죽음에 대한) 승리의 긍정적인 기운이 확립된다. - 월요일은 대천사들과 천사들, 그리고 하늘의 모든 천군천사들에게 봉헌된 날이다. - 화요일은 구약의 예언자들중 마지막 인물인 세례자 성 요한에게 바쳐진 날로서, 그는 성모님 다음으로 첫째이며 가장 위대한 성인이고 여성에게서 태어난 사람 가운데 가장 위대한 인물이다.(마태오 11:11 참조) - 수요일은 성모님과 그리스도의 수난을 기억한다. 이날 유다가 예수를 배반하였음을 상기하면서 금식을 한다...

짧은 이야기들 2020.08.06

영적 성장을 위한 영양제 5

그리스도교 낙관주의자 미국 텍사스의 유명한 전문의인 존 스텔린(John Stehlin, 1923-2013) 박사는 희망이 인간으로서 우리의 생존에 본질적이고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하였다. “사람은 신체적으로 살아있을 수 있다. 그러나 만일 희망을 잃는다면, 그(녀)는 죽은 환자이다. 희망이 없는 것은 죽음이다.” 오늘날 우리는 희망을 말하는데, 이는 절망이 마치 유행인 것처럼 되어버린 세계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희망이 없는 이런 분위기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만일 누군가 일어서서 희망에 대해 말하면, 그(녀)는 천박한 낙관주의자이며 삶의 고통과 어려움에 대해 잘 모른다는 비난을 받는다. 철학자 니체(F. W. Nietzsche, 1844-1900)는 “희망은 가장 사악한 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

짧은 이야기들 2020.08.01

영적 성장을 위한 영양제 4

소수의 선택된 자를 위한 것이 아닌... 성인의 품성은 소수의 선택된 자만을 위해 예비된 것도 아니고, 그리스도교적 거룩함의 예외적이고 비정상적인 상태도 아니다. 그것은 성삼위 하느님 안에서 살아가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삶에서 생기는 정상적인 개화(開花)이다. 우리 모두는 성인이 되도록 부름받았다. 사실 신약성경에서는 ‘성인’이라는 말과 ‘그리스도인’이라는 말을 서로 바꿔 쓸수 있다. “그러므로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같이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라”(마태오 5:48)라는 말씀처럼 예수님은 어떤 예외도 없이 모든 사람에게 말씀하고 계신다. 사도 바울로 또한 거룩함을 추구해야 할 우리의 의무를 일깨워주고 있다. “하느님께서 여러분에게 원하시는 것은 여러분이 거룩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데살..

짧은 이야기들 2020.07.29

영적 성장을 위한 영양제 3

“나는 위에서 왔다... ” 얼마전 미국의 과학아카데미는 외계와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연구하기 위한 학술회의를 후원하였다. 많은 과학자들은 태양계를 벗어난 곳에서 지구로 전파를 타고 소식이 오고 있다고 믿으며, 이 전파가 말하는 바를 해독하길 바라고 있다. 어떤 천문학자들은 심지어 다른 행성과 전파로 접촉하는 것은 우주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얻음으로써 이 세계를 구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어떤 면에서 우리가 지닌 그리스도교 신앙은 외부의 공간에서 온 소식, 곧 하느님 자신이 우리에게 주신 소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그리스도교는 종교가 아니라 계시이다. 계시라는 말은 그리스도교가 사람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리스도교는 하느님에게서 유래한 것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

짧은 이야기들 2020.07.25

영적 성장을 위한 영양제 2

독단적인 옛날 표지판(?) 한 젊은이가 자기 성당의 신부가 운전하는 차를 함께 타고 가면서 질문하였다. “신부님, 제 친구 하나는 언제나, ‘너는 이것을 해야 한다’ 또는 ‘너는 이것을 해서는 안 된다’ 같은 말을 듣기를 아주 싫어합니다. 그는 이런 명령은 너무 독단적이라는 겁니다.” 신부님은 대답을 하지 않으셨다. 얼마쯤 간 뒤, 차는 그들이 가고자하는 방향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있는 곳에 다다랐다. 그런데 신부님은 표지판을 무시하고는 다른 길로 들어섰다. 젊은이는 “신부님, 잘못된 길로 들어섰어요! 뒤에 있던 표지판을 잘못 지나쳤다고요.” 라고 소리질렀다. 이때 신부님은 차분한 음성으로 대답하셨다. “나도 표지판을 제대로 보았다네. 하지만 이 길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독단적인 표지판이 ..

짧은 이야기들 2020.07.21

영적 성장을 위한 영양제 1

대답할수 없는 물음 우린 모든 의문에 대해 답을 갖고 있지 않다. 이 세상에 사는 동안 해답을 얻을 수 없는 물음들도 있다. 왜 어떤 아기들은 신체적으로 기형이거나 정신적으로 돌봄을 받아야만 하는가? 사고가 났을 때, 왜 한 사람은 죽고 다른 사람은 살아남는가? 왜 두 달 밖에 안된 건강한 갓난아기는 자고 있던 유아용 침대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갑자기 죽게 되었는가? 왜..? 왜...? 그러나 우리는 알지 못한다. 쉬운 대답은 없다. 적어도 이 땅에 사는 동안 우리가 결코 이해하거나 해결하지 못할 신비가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바울로 사도도 암시적으로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가 지금은 거울에 비추어 보듯이 희미하게 보지만 그때에 가서는 얼굴을 맞대고 볼 것입니다.”(고전..

짧은 이야기들 2020.07.18

첫째 행동

첫 행동 안토니 블룸 대주교(1914-2003)는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이가 자신을 찾아온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는 자기 친구와 불편한 관계에 있다고 말하였다. “누가 먼저 가서 화해해야 할까요?” 방문객이 물었다. “나 자신을 당신들 사이에 재판관으로 세울 수 없는 것처럼 질문에도 대답할 수가 없습니다.” 대주교는 응답하였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분명합니다. 두 사람 중에 가장 인색하고 못난 사람이 상대방이 먼저 찾아오길 기다릴 것입니다.” 그 방문객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고, 곧바로 친구에게 가서 화해하였다. --- 고대의 유명한 두 그리스인 아리스티포스(기원전 5-4세기)와 아에스키네스는 친구사이였고, 그중에서도 아리스티포스는 이름난 철학자였다. 한번은 둘 사이에 다툼이 일어 서로 크게..

짧은 이야기들 2020.06.01

자유의지와 신앙

하느님은 우리의 자유의지를 존중하신다. - 독일 베를린과 영국의 대주교 마르코(Mark Arndt)[해외러시아정교회, ROCOR] 만일 하느님이 이 지상에서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셨다면, 그러니까 달리 말해서 죽지 않는 생명을 주셨다면, 그리고 만일 그분이 박해와 고통이 없이 우리를 온전히 보존해 주었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그분을 따랐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뒤 사람들이 그분을 어떻게 따랐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두말할 나위도 없이 사랑하는 마음에서가 아니라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고 유리한 점들이 있기에 그러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구원을 위한 과정은 실용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졌을 것이고, 인류를 위한 어떤 자유의지도 배제되었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세계는 로봇과 같은 것을 더 좋아하는 ..

짧은 이야기들 2020.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