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를 시작하기

지성의 기도와 마음의 기도

ttoza 2020. 6. 17. 17:49

 

 

기도가 실제적이고 참된 것이 되기 위해서는 입술이나 지성, 마음 등 어느 한 가지 것만이 아니라 우리의 전체 인격을 포함해야만 한다.

 

완전한 기도는 마음과 지성이 동시에 하는 기도이다. 지성은 우리 실존의 중심인 마음을 통해 기도한다. 달리 말하면 우리의 전체 인격은 그 깊이와 중심에서 기도하며, 이로써 주님의 명령을 완성한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고, 네 생각을 다하여 주님이신 네 하느님을 사랑하라. 그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루가 10:27) 우리의 전 인격이 하느님께 바쳐지는 것이다.

 

이런 기도를 하기 위해 우리는 예수기도를 한다. “주 예수 그리스도 하느님의 아들이시여,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이 기도는 그 짧은 탄원(歎願)으로써 우리의 정신이 집중하는 것과 지성이 마음 안으로 내려가는 것을 도와준다.

 

거룩하고 닙틱’(neptic: 정신을 차리고 깨어서 경계하고 있는 상태)한 교부들은 예수기도를 실천하는 방식에 대해 썼다. 이런 저술의 일부가 필로칼리아’(Philokalia: 아름다운 것에 대한 사랑이라는 뜻)에 수록되어 있는데, 이는 가장 적절한 이름으로서 지성과 마음의 기도를 통해 신자는 하느님과 하나가 되고, 가장 찬란히 빛나며 최고의 아름다움이신 그분을 바라볼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마음의 기도와 동양의 종교에서 실천하는 여러 형태의 명상, 기도를 혼동하는 위험이 있어서 몇 가지 점을 분명히 밝혀야만 하겠다.

 

1. 예수기도만이 아니라 그리스도교의 모든 기도(이를테면 가장 기본적이고 주님 자신이 가르쳐주신 주의 기도’)는 우리 존재의 깊은 곳에서(, 마음과 지성에서) 우러나와야만 한다.

 

2. 우리 정교인에게 지성과 마음으로 하는 끊임없는 기도의 선물은 대체로 방법과 테크닉의 문제가 아니며, 그것은 도리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회한과 뉘우침, 회개하면서 죄로 인해 고통받고 겸손해지는 마음과 더 깊이 관련되어 있다. 이런 마음이 없이는 어떤 방법이나 (숨을 내쉬고 숨을 들이쉬는 것 같은) 기도의 테크닉도 참된 기도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다.

 

3. 마음과 지성의 기도는 우리가 교회의 삶과 신비의 성사들에 참여하며, 하느님의 명령을 지키고 영적인 안내자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에 달려있다. 다른 말로 하면, 하느님께 개인적으로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도리어 겸손한 그리스도인은 교회를 통해 하느님의 은총을 받고, 이 은총이 자연적으로 신자의 협력과 동의를 얻어 그 사람 안에 참된 기도를 활성화시킨다.

 

오늘날 사람들은 대단히 물질주의적인 삶의 방식에 함몰되어 자신의 신적인 기원을 망각하고 잃어버릴 위험 탓에 더더욱 기도가 필요하다. 또한 현대 세계의 가공할 분열과 파편화 속에서 내적인 일치와 균형,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삶 속에서 끊임없이 하느님의 현존과 섭리를 느끼고 경험으로써 우리는 근심, 걱정, 절망에 빠지거나 이 세상을 의미없는 진공상태로 인식하지 않는다. 도리어 가장 달콤하고 거룩한 그리스도의 이름을 끊임없이 부름으로써 우리의 마음 속에서 그분을 느끼고, 죄를 피하며,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함양한다. 이로써 우리 자신은 평화로워지고, 우리의 평화는 주위의 사람들에게로 퍼져나가게 될 것이다.

 

게오르기오스 깝사니스 수도원장(+2014년 안식. 아토스산 그리고리우 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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