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제가 되어다오

어느 러시아인 사제의 일기 1

ttoza 2020. 10. 26. 10:14

 

알렉산더 엘카니노프 신부

 

 

어느 러시아인 사제의 일기

 

저자: 알렉산더 V. 엘카니노프 신부(+1934년 안식)

출판사: 성 블라디미르 출판사(미국 뉴욕의 크레스트우드, 1982)

 

머리말

이 책의 자료를 이루는 기록은 1920-30년대에 프랑스에 살았던 한 러시아인 사제에 의해, 대부분이 출판하려는 생각 없이 쓰여졌다. 저자인 알렉산더 엘카니노프 신부는 교사이며 영적인 지도자로서 보기드문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 1934년 그가 죽은뒤 그의 아내에 의해 모아지고 편집되었으며, 이미 여러 개의 러시아어판으로 나와있는 그의 기록들은 그가 지녔던 재능에 대한 풍부한 증거를 보여준다. 선생님이거나 또는 친구였던 그를 알고 지냈던 사람들은 아마도 그가 동시에 (어떤 일에) 관여하면서도 따로 떨어져 거리를 두고 있고, 열심히 몰두하면서도 무심하고 초연한 존재라는 인상을 남겼다는 데 동의할 것이다. 그는 자신들을 그의 영적인 돌봄 아래 맡겼던 사람들을 지극히 자상하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따뜻한 마음으로 보살필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안에는, 누군가 의심해볼수 있겠지만, 그의 영적인 삶의 깊이와 고독함에 뿌리를 둔 일종의 내적인 초연(超然)과 고고(孤高)함이 있는 듯 보였다.

 

그가 관심을 갖고 관여했던 것은 단지 사람들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문학과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사상, 그리고 나중에 심리학과 정신치료에 대해 가졌던 관심 뒤에는, 그리고 자연과 그 가운데서도 특별히 산의 풍광에 대한 그의 사랑 이면에는 언제나 사람에 대한 그의 주된 관심이 있었다. 젊은 시절 혁명이전의 러시아에서 일어났던 급진적인 마르크스주의자 운동에서 그를 멀어지게 하고, 성 피터스버그 도시의 종교와 철학모임의 회원들과 가까이 접촉하도록 이끈 것은 다름아닌 바로 이 (사람에 대한) 관심이었고, 이는 아마도 그리스도교 신앙이었을 것이다. ‘종교와 철학모임의 회원들은 러시아의 교육받은 엘리트들 가운데 일부가 종교에 대해 다시 관심을 갖도록 불을 지폈으며, 이들의 활동은 1900-1910년 사이의 러시아 문학과 예술을 변형시킨 광범위한 문화운동의 일환이었다. ‘종교와 철학모임회원들의 활동은 제 1차 세계대전과 10월 혁명, 그리고 러시아 내전에 이르는 중대한 시기동안 교사로서 그가 이룩한 성과를 여전히 더 분명하게 설명해준다. 그리고 또한 프랑스 남쪽에 살았던 망명자로서 러시아인 이민자 공동체의 아이들을 양육하는 일에서 거둔 그의 성취가 바로 정교회와 러시아인들의 모국과 그 문화에 대한 헌신임을 보다 잘 설명해준다. 교사로서 엘카니노프 신부의 재능이 완벽하게 발휘된 것은 바로 이곳 니스(프랑스 남동부 지역)에서였으며, 특별히 1926년 그가 사제로 서품된 이후였다. 그리고 지금은 여러 다른 나라로 흩어진 그의 많은 학생들과 영적 자녀들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인자하고 세심한 자신들의 선생님을 기억하는 곳도 다름아닌 니스임에 틀림없다.

 

알렉산더 신부의 영적인 삶과 인물됨에 대해서는 다른 이들이 훨씬 더 능숙하게 기록하였다. 그들의 평가 가운데 어떤 것은 아내인 타마라(엘카니노프)가 이 책에 쓴 소개의 글에 인용되었다. 무엇보다도 그(알렉산더 신부)의 기록은 비록 필연적으로 완결된 것은 아닐찌라도, 자신의 내적인 삶에 대해 흥미롭게 드러내 보여주는 기억을 보존하고 있다. 우리는 저자(알렉산더 신부)가 살아서 그 기록들을 편집하도록 한다는 가정하에, 때때로 함축적인 간결함을 더 자세히 설명하거나 또는 경우에 따라 극명한 인상을 제거하면서 그가 어떤 문장들을 다시 기록하였다고 충분히 평가할수 있다. 하지만 글의 단편적인 성격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스스로의 일관성과 일치를 분명히 지니고 있다. 책의 기본적 주제인 영적인 삶의 추구는 시대를 초월하면서도 시사적인 방식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스스로를 살펴보는 것과 스스로를 단련하는 것, 교만의 교묘한 위험성, 고통의 중요성,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중심이 되는 전례의 중요성(이 책의 중심 주제들 가운데서 단지 약간만 언급하게 된다.) 등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진술은 정교회의 성서적이고 교부적인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결코 판에 박힌 관습적 틀 안에서 표현되고 있지 않으며, 명백히 그의 개인적이고 인격적인 경험 안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현대인들이 처한 어려움에 대한 관심과 염려를 보여준다. 비록 복음의 가르침을 온전히 다 받아들이는 이들에게 지워진 요구의 엄중함을 축소하려는 시도가 전혀 없을찌라도, 이 책에는 환하게 빛을 발하면서 기쁨을 주는 것들이 많이 있으며, 특별히 저자가 심오한 통찰력으로써 결혼의 영적인 차원과 인간적인 사랑의 초월적 측면에 대해 말하는 본문들에서 그러하다. 그리고 마지막 수단으로서 죄의 본질과 힘에 대한 그의 때때로 깜짝 놀랄 정도의 명백한 분석을 통하여, 그리고 인간의 고통에 대한 그의 고뇌에 찬 연민을 통하여, 우리는 그가 그토록 지극한 충실함과 목적의 단순함으로 봉사한 교회가 선포한 믿음의 유의미함을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그 믿음은 무엇보다도 먼저 하늘나라를 찾아 구하는 이에게는 지상의 이생에서 변모가 시작된다는 믿음이다.

 

- 디미뜨리 오볼렌스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