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와 증언, 복음의 실천

그리스도를 옷입으면

ttoza 2024. 3. 9. 14:03

 

산책중인 트리폰 수도원장

 

바숀 섬의 '지극히 자비로우신 구세주'(All-Merciful Saviour) 수도원

 

그리스도를 옷 입으면.....

여러 해 전 저는 숲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걸어가다가, 통나무 위에 앉아 있는 한 젊은이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호젓한 산 속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어 저는 조금 놀랐지요. 그는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듯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놀라게 한 것은 아닌가 하고 사과했습니다. 그리곤 하느님의 창조세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야기하다가, 가지고 온 샌드위치와 커피를 함께 먹지 않겠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의 옆에 앉아 가방을 열고는 제 점심도시락을 꺼내 함께 음식을 나누었습니다.

 

조금 지나자 그는 제게로 향하더니 총을 꺼내 보여주며, 자살하려고 이렇게 외따로 떨어진 곳에 왔노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긴 머리칼과 수염, 그리고 시커먼 옷을 걸치고 나타났을 때, 그는 저를 하느님의 천사로 생각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자신이 저지르려던 행위에 대해 하느님이 용서해 주시길 기도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제가 천사가 아니라고 확실히 말했습니다. 하지만 또한 하느님의 말씀을 가지고 왔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씀은 다름이 아니라 하느님께서는 그 청년을 사랑하신다는 것과 그가 겪고 있는 시련과 절망의 시간들은 곧 사라질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제게 총을 건네주었고, 저는 그것을 제 가방 속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우린 삶에 대해 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제가 만일 그 젊은이에게 인사를 건네기 위해 잠시 멈추지 않았다면, 웃음과 샌드위치를 함께 나누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냥 제 갈 길만을 계속 걸어갔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하는 것을 생각하면 저는 지금도 자주 놀라곤 한답니다.

 

비록 우리가 많은 것을 알거나 높은 영적 수준을 지닌 사람은 아닐찌리도, 겸손한 마음으로 우리 자신을 벗어던지고 낮추어 그리스도를 입을 때, 우리는 내 주위의 자매와 형제, 이웃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며,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천사가 되고, 사도가 되고, 선교사가 될 것입니다.

 

- 트리폰 수도원장(미국 워싱턴주 바숀[Vashon] 섬의 정교회 수도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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