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를 시작하기

기도를 하기 전 준비할 것들

ttoza 2015. 2. 26. 22:18
 

제목은 이렇게 정했읍니다만 그저 기도와 관련된 몇 가지 이야기를 적겠습니다. 도움이 되는 것만을 취하기 바랍니다.


먼저, 얼마전 돌아가신 안토니 블룸(Anthony Bloom 1914-2003) 영국 수로즈(Sourozh: 역사적으로는 얼마전 러시아에 병합되었으나 그전까지는 우크라이나의 영토였던 크리미아 반도의 수닥[Sudak]에 있는 주교구임. 현재 수로즈는 모스크바 총대주교청 소속의 주교구로서 대영제국과 아일랜드 지역을 관할한다.)의 대주교가 하신 말씀입니다. 이분의 책 ‘기도를 위한 학교’(School for Prayer, 1970: 이 책은 현재 제목을 '기도를 시작하기'[begining to pray]로 바꿔서 판매되고 있다.)는 서강대학교의 김승혜 수녀에 의해 ‘기도의 체험’(가톨릭 출판사)이라는 제목으로 1974년에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이 책에서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사랑은 어려운 것입니다. 그리스도 자신도 이런 종류의 사랑을 가르치셨기에 결국 온전한 봉헌을 요구당했고 결국 죽으셔야 했던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께로 얼굴을 돌리고 그분을 대면하게 되면 댓가를 치러야 한다는 말이지요. 그러나 만일 그 댓가를 치를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평생을 거지처럼 누군가가 대신 치러 주기를 바라면서 허비하게 됩니다.”


그리고 만일 기도가 하느님을 만나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의 이 말에도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하느님을 만난다는 것은 사자굴로 들어가는 것과 같습니다. 취미로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생사를 걸고 찾아야 하는 것이지요. 하느님을 알게 된다는 것은 어떤 지식만을 얻는 게 아니라, 생을 걸고 뛰어 들어 가는 것입니다.”


또한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언제 우리가 기도할 수 있는지를.


“하느님이 안 계실 때, 곧 그분이 침묵하고 계실 그 때가 곧 기도의 시작입니다. 기도는 우리가 할 말이 많을 때가 아니라, ‘나는 당신 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정말 괴롭습니다. 왜 이렇게도 침묵하고 계십니까?’하고 우리가 하느님께 호소할 때에 시작되는 것이지요...... 하느님이 주시는 선물을 바라는 게 아니라, 하느님 자신을 그리워하는 갈망이 우리 마음 안에 있게 될 때 기도는 시작됩니다.”


그러니까 기도가 언제 시작되는지를 아는 사람이라면 기도를 위한 준비 또한 잘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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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핀란드의 대주교 바울로(Archbishop Paul, 1914-1987 생존; 1960-1987 대주교 재임)님의 기도에 대한 가르침입니다. 이분이 쓰신 책 ‘우리가 지닌 신앙’(The Faith We Hold: 이 책은 1978년 핀란드에서 처음 출판되었다. 1985년 한국정교회에서 기획하여 성 요셉출판사에서 우리말 번역본이 나왔고, 이후 2012년 정교회출판사에서 개정판이 나왔다.)은 정교회 신앙의 가장 기초적인 요소들을 우리에게 잘 설명해 주고 있고, 거기에는 기도 또한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주교님은 ‘우리로 하여금 하느님과 친교를 맺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그분의 사랑’이라고 하시면서 덧붙여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은 사람에게 당신의 도우심을 베풀고 계시지만 그 도우심이 사람에게 와 닿기 위해서는 그가 마음과 정신의 순결을 열망하고 추구해야 한다. 그리고 이 일 역시 목적있는 내적 투쟁,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이라 불리우는 그 투쟁을 통해서 실현된다”


그러니까 아마도 우리는 기도를 하기 전에 먼저 치열한 싸움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기도를 위한 준비로 평온을 가꾸는 것이 아닌 정반대의 격렬한 전투 말입니다.


“기도는 목적을 향한 의도적인 노력을 요구하며, 우리가 기도를 일종의 투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이 투쟁은 일생을 통해 계속되는 그리스도인의 순례에 필수적인 부분이다....... 이 영적 생활은 그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부단히 전진하고자 하는 노력인 것이다.”


그밖에도 대주교께서는 기도와 관련하여 우리가 명심해야 할 점 몇 가지를 들려주십니다.


“우리가 평생토록 우리를 강요해서 기도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스도께서 하늘나라가 폭행을 당해 왔으며 폭력적인 사람들이 힘으로 하늘나라를 빼앗으려 한다고 하실 때 지적하신 것이 바로 이 투쟁이다.”(마태오 11장 12절; 그런데 공동번역 성경의 12절 각주에는 다른 사본의 표현을 빌어 12절 뒷부분을 ‘......그리고 애써 힘쓰는 사람들이 하늘 나라를 차지한다’고 적고 있다.)


“기도할 때 의식적으로 갖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는 감정은 참회하는 마음과 보잘 것 없다고 느끼는 감정 외에 아무 것도 없다.”(뜨리오디온 기간의 첫 날인 ‘세리와 바리새 사람 주일’의 복음경 내용을 다시 생각해보라. 루가 18장 10절-14절 참조)


“그대의 마음을 증오와 질투와 단죄하려는 생각들에서 해방시킴으로써 하느님이 그대의 기도를 들으실 수 있게 하라. 모든 이들을 용서하여 하느님이 그대를 용서하게 하고, 모든 이들을 불쌍히 여겨 하느님이 그대를 불쌍히 여기실 수 있도록 하라. 교부들이 ‘그대의 이웃이 곧 그대의 구원이다’라고 한 말은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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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기도가 무엇인지’ 또는 ‘어떻게 기도할 것인지’ 등에 대해 적더라도 그것을 통해 ‘기도를 하기 위한 준비가 어떤 것인지’를 잘 알아내시기 바랍니다. 조금만 되짚어 생각하고 거슬러 올라가 따져보면 많은 해답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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