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들

트리폰 수도원장 2

ttoza 2019. 1. 2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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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를 옷 입으면.....

      

(트리폰 수도원장 2)

    

웃음은 전염됩니다. 혹시 이런 경험이 있나요? 환하게 행복한 웃음을 지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누군가가 있을 때, 방 안 전체가 밝아지는 경험 말입니다. 당신이 과연 진심어린 웃음보다도 더 나은 어떤 선물을 다른 이에게 줄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여러 해 전 저는 숲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걸어가다가, 통나무 위에 앉아 있는 한 젊은이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호젓한 산 속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어 저는 조금 놀랐지요. 그는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듯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놀라게 한 것은 아닌가 하고 사과했습니다. 그리곤 하느님의 창조세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야기하다가, 가지고 온 샌드위치와 커피를 함께 먹지 않겠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의 옆에 앉아 가방을 열고는 제 점심도시락을 꺼내 함께 음식을 나누었습니다.

 

조금 지나자 그는 제게로 향하더니 총을 꺼내 보여주며, 자살하려고 이렇게 외따로 떨어진 곳에 왔노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긴 머리칼과 수염, 그리고 시커먼 옷을 걸치고 나타났을 때, 그는 저를 하느님의 천사로 생각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자신이 저지르려던 행위에 대해 하느님이 용서해 주시길 기도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제가 천사가 아니라고 확실히 말했습니다. 하지만 또한 하느님의 말씀을 가지고 왔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씀은 다름이 아니라 하느님께서는 그 청년을 사랑하신다는 것과 그가 겪고 있는 시련과 절망의 시간들은 곧 사라질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제게 총을 건네주었고, 저는 그것을 제 가방 속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우린 삶에 대해 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제가 만일 그 젊은이에게 인사를 건네기 위해 잠시 멈추지 않았다면, 웃음과 샌드위치를 나누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냥 제 갈 길만을 계속 걸어갔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하는 것을 생각하면 저는 자주 놀라곤 한답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벗어던지고 그리스도를 입을 때,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천사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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