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성인과 원로들

성 가브릴리아 (파파야니) 예론디사

ttoza 2023. 10. 31. 11:48

 

성 가브릴리아 (파파야니) (1897-1992)

 

지난 10월 3일(화) 세계 총대주교청에서 열린 거룩한 시노드(Synod, 주교회의)에서는 가브릴리아 수녀의 시성식이 거행되었습니다. 1897년 10월 2일 콘스탄티노플에서 태어나 1992년 3월 28일 그리스 레로스 섬에서 안식하신 성인은 하느님과 모든 사람에게 보인 큰 사랑이 삶의 특징이었으며, 유럽과 인도, 이집트, 히말라야, 예루살렘 등 여러 나라와 지역에서 하느님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면서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과 평생을 함께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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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릴리아 성녀의 아버지는 부유한 목재상인이었고, 성녀는 네 명의 자녀 가운데 막내였습니다. 맏이인 바실리끼 언니에게서 성녀는 성경에 있는 하느님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고등학교를 마친뒤 성녀는 스위스의 농업학교에서 공부하였습니다. 그녀는 특별히 식물을 사랑하였습니다. 1923년에 그녀는 가족들과 함께 그리스 데살로니끼에서 살며, 그곳의 (아리스토텔레스) 대학 철학과에 들어갔습니다. 공부를 마친뒤 그녀는 아테네로 갔으며, 정신치료 클리닉에서 1년동안 일했습니다. 그뒤 영국으로 간 그녀는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가난하고 실직한 사람들을 무상으로 돌보며 도와주었습니다.

 

1954년 3월 24일 그녀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이 일이 그녀의 영적인 삶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1954년 그녀는 인도로 가서 5년 동안 있으면서 수많은 한센병(나병) 환자들과 다른 병자들을 돌보아주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릴라'(Leela) 수녀라고 불렀습니다. 그녀는 하루에 두 시간 성경을 읽고, 더 많은 시간을 기도하였으며, 자신을 위해서는 돈을 모아두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이 그녀로 말미암아 정교인이 되었지만, 누가 묻기 전에는 아무에게도 그리스도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마더 테레사(1910-1997, 인도 캘커타에서 선교한 알바니아계 인도인 카톨릭 수녀. 2016년 카톨릭교회에 의해 성인으로 선포되었다.), 시바난다 사라스와티(1887-1963, 힌두교의 영적지도자. 의사), 바바 암테(1914-2008, 가장 가난하고 힘없고 특히 한센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재활과 역량강화를 위해 일한 인도의 사회복지사, 사회운동가, 변호사) 등의 인물들과 교류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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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인도로 떠나기 직전 그리스 밧모섬의 성모희보 수녀원(1937년 암필로히오 성인에 의해 건립됨)에서 암필로히오 (마크리스) 성인(1889-1970. 밧모섬의 성 사도 요한 신학자 수도원 원장. 2018년 8월 29일 세계총대주교청 주교회의에서 성인으로 공표되었으며, 축일은 4월 16일이다.)에 의해 수녀로서 서원하(며 머리카락을 자르)는 의식을 거행하였다. 암필로히오 성인은 아래와 같이 말씀하셨는데, 이는 가브릴리아 성녀의 사역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오늘날 설교하는 사람의 말은 페인트를 희석하는 데 쓰는 신나를 불 속에 집어던지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가난하고 배우지 못해 글을 못읽는 사람들은 이제껏 방치되었고, 그래서 이제는 그들도 들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그리스도교적인 사랑으로 행하는 선한 일과 삶을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 자기 옆의 누군가가 자신들의 아픔을 함께 견디며 아파하고 있다고 느끼도록 하는게 필요합니다. 그런 자매와 형제들을 위한 사랑과 자선의 행위들을 통해서만 우리는 그런 사람들이 그리스도에게로 가까이 되돌아오도록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암필로히오 (마크리스) 성인

 

 

인도이후 그녀는 히말라야에서 빈약한 음식과 함께 1년동안 머물며, '홀로 하느님과 같이' 끊임없는 기도의 생활을 보냈습니다. 나중에 그녀는 그때(히말라야 시기에) '관상하는 수도생활'을 경험했노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이제 자신이 진정한 수도자로서 살아갈수 있으리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62세에 베다니아(Bethany: 요르단강 서안의 동예루살렘 국경과 맏닿아 있는 팔레스타인 마을. 이 지역에서는 아랍어로 '알 이자리야'라고 부르는데, 이는 성경속 '라자로의 장소[곧, 무덤]'라는 뜻이다. 요한 11:44참조)의 수도원으로 간 그녀는 그곳에서 특히 사랑과 인내로 두드러졌습니다. 

 

베다니아(알 이자리야)의 그리스 정교회 성당

 

베다니아에 있는 라자로의 무덤(1906년)

 

 

라자로의 무덤(2007년)

 

다시 아테네로 온 그녀는 완전히 잃어버린 왼쪽 눈의 시력을 위한 수술을 받았으며, '에방겔리스트리아' 수녀원에 머물면서 많은 사람들을 돕고 교류하였습니다. 그뒤로도 그녀는 아프리카와 아테네, 애기나섬(아테네에서 27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섬, 근대성인 넥타리오스 대주교가 세운 수녀원으로 유명하다)과 레로스섬(에게해 남부 도데카네스 제도에 있는 섬으로서 아테네의 피레우스 항구에서 317킬로미터 떨어져있다.)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날마다 만나 도와주었으며, 마침내 1992년 3월 28일 95세로 레로스섬에서 안식하셨습니다.  

 

가브릴리아 성녀는 이웃을 향한 한없는 사랑으로 인해 매우 드문 인물이었습니다. 그녀는 특별한 통찰력을 지니고 있었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아무런 차별없이 다른 사람에게 주는 사랑의 양과 질이다'라고 말하곤 하였습니다. 그녀는 한때 다른 외국 선교사들에 의해 '형편없는 그리스도인'이라고 묘사되었는데, 그 이유는 인도의 많은 지방 방언을 알고 있던 다른 종교의 선교사들과 달리 그녀는 전혀 그런 방언을 알지 못하였으며, 오직 영어로만 말하면서 대신에 자신은 다섯가지 언어를 알고 있다고 말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곧, 첫째는 웃음, 둘째는 눈물, 셋째는 손길, 넷째는 기도, 다섯째는 사랑이었습니다. 이 다섯 언어를 지니고 그녀는 온 세상을 여행하였던 것입니다. 그러자 다른 선교사들이 받아적게 다시 한번 더 말해달라고 요청하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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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릴리아 성인

 

 

 

* 성녀가 하신 말씀 몇 마디

1. 당신이 배운 지식이 아니라 당신이 고통을 겪은 지식, 바로 그것이 정교 영성입니다.

2. 당신이 가진 것 이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많은 것들을 바라지 마십시오. 그보다는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잘 돌보려고 하십시오. 그래서 그것이 성화(聖化)되도록 말입니다.

3. 돈보다 더 싼 것은 없습니다.

4. 다른 세상(속 지옥)보다는 여기에 있는 지옥이 더 낫습니다.

5. 중요한 것은 우리가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것이고, 우리가 행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람인가 하는 것입니다.

6. 누군가 말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사랑을 정화하고, 활동을 성화하는 사람이라고.

7. 우리는 자유를 원한다. 왜? 우리 욕망의 노예가 되기 위해서.

8. '당신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하며 우리는 하늘나라의 모사(寫)가 된다.

9. 숨을 쉬는 사람이 그것을 의식하지 않는 것처럼 사랑하는 사람도 그것(사랑하는 것)을 의식하지 않는다.

10. 우리의 삶이 처음 시작될때 우리는 사랑하고 친구가 될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뒤 영적으로 발전해 감에 따라 한 분이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아무도 필요치 않은 그런 사랑과 기쁨으로 우리를 채워주신다. 처음에 우리 영혼은 다른 사람에 대한 이 모든 갈망을 갖고 있는데 그것은 우리 영혼이 아직 누구를 사랑해야할지 모르기 때문이고, 그래서 어떤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1. 하느님은 자주 행동을 바라지 않으시고, 의도(의향)를 바라신다. 그분은 당신이 기꺼이 그분의 명령을 실천하려고하는 것을 보는 것으로 충분하시다.

12. 예수 그리스도는 황금률을 주셨다. 곧, 홀로 그리고 다른 이와 함께 하라는.

13. 하느님이 우리를 창조하실때, 그분은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고 그분의 영을 우리 안에 불어넣으셨다. 그 영이 사랑이다. 우리에게 사랑이 부족하면, 우리는 시체가 되며 모두 함께 죽는다.

14. 그리스도인은 모든 사람과 모든 것의 실존이 지닌 신비를 존중해야만 한다.

15. 영적으로 진보한 사람은 (자기) 정체성이 없는 곳에 다다른 사람이며,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그것이 하느님의 뜻이고, 하느님의 허락에 의해 된 것임을 깊이 이해한 사람이다.

16. 복음서를 제외한 다른 책을 읽기를 중단할 때에만, 우리는 진짜 내적인 발전을 이루길 시작한다. 기도를 통해서 하느님과 일치가 된 그때에만 우리는 하느님의 뜻을 들을수 있다. 

17. 오직 하느님의 뜻만을 갈망하라. 그리고 당신에게로 오는 악을 사랑으로 받아들여라.

18. 당신에게 악을 가져오는 사람에게 악으로 응대하지 말고, 그의 마음 안에 계신 그리스도를 보라. 

19.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지?'라고 말하지 마라. 또는 누군가 살이 썩어들어가는 병과 암을 앓고, 눈이 멀어버린 것을 보게 될때 '왜 이런 일이 그에게 일어났지?'라고 묻지 마라. 대신에 강의 반대편 둑을 바라볼수 있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간청하라. 그러면 당신은  천사들과 함께 실제의 모습 그대로를 보게 될 것이다. 그것은 바로 모든 일은 하느님의 계획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이다. 모든 일이 그렇다.

20. 우리가 훌륭한 수도자가 되길 바란다면, 수도생활 이전에 매 순간마다 하느님을 생각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훌륭한 수도자가 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