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브로시오스 조성암 한국대주교

2015년 성탄절 말씀

ttoza 2015. 12. 23. 18:58

 

 

 

 

2015년 성탄절 메시지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눈사태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발생하는 대사건들을 보면서 비관주의에 빠져버렸습니다. 시리아에서의 계속되는 유혈 충돌과 수많은 희생자들, 시나이 반도와 레바논과 파리에서 일어난 테러 사건과 그로 인한 무죄한 사람들의 죽음, 새로운 테러 공격에 대한 공포와 혼란, 오랜 경제 위기로 인한 빈곤과 실업의 증가, 특히 청년실업자들의 가난과 불안 등이 이 세상을 덮어버린 비관주의의 주된 요인들입니다. 해결책은 안보입니다. 문제는 더 쌓여만 가고 심화될 뿐, 마땅한 해결책이나 출구가 없다고 합니다.


그럼, 정말로 해결책이 없을까요? 오늘날의 비관주의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일까요? “이게 운명이야”라고 한탄하며 아무 행동도 하지 않으면서 그저 파국을 기다려야만 할까요?


물론 아닙니다. 교회는 위기에서 헤쳐 나올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교회는 어떤 정치적 힘이나, 경제적인 힘, 아니면 추상적인 사상에서 해결책을 찾지 않습니다. 해결책은 유일하신 한 분에게서 찾을 수 있습니다.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필립비2:9)인 하나의 경이적인 이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 분은 탄생하기도 전에 이미 아주 오래전에 이렇게 예언되었던 분이십니다. : “그분이 우리 하느님이시다. 아무도 그분에 비교될 수 없다. 그분이 모든 지혜의 길을 찾아내시어 당신의 종 야곱과 당신의 사랑을 받는 이스라엘에게 주시었다.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땅 위에 지혜가 나타나게 되었고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게 되었다.”(바룩3:36~38)


이 예언처럼 “말씀이 사람이 되셔서 우리와 함께 계셨고”(요한1:14), 비로소 인간의 모든 비극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타난 것입니다. 메시아이신 주님께서 “사람으로 이 세상에 오신”(디모테전 3:16) 다음부터 타락한 인간은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나갈 때 더 이상 혼자가 아닙니다. 바로 인간의 곁에는 구세주가 계십니다. 성탄절 밤 대천사는 기뻐하며 그 분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 밤 너희의 구세주께서 다윗의 고을에 나셨다.” 그리고 교회는 오늘날까지 2천년 넘게 “그는 우리 영혼의 해방자이시고 구세주이시다.”라고 그분을 찬양해 왔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구세주께서 제공한 해결책은 결코 마법과 같은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사람의 “협력”을 요구합니다. 하느님과 닮은 모습이 되려고 사람이 노력하고 투쟁할 것을 요청합니다. “사람은 온 힘을 다해 하느님을 닮은 모습으로 변화되어야 합니다.”(플라톤, Politeia, 613b)


하느님과 닮은 모습으로 변화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성인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과 같은 말입니다. 단순히 착한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과 같아 보이는 사람이 되려고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테오토코스(성모님)께서는 그저 한명의 착한 사람을 낳으신 것이 아닙니다. 예언자들도 그저 선한 사람, 지혜로운 스승, 사회 개혁자라고 불릴 어떤 한 사람에 대해 예언한 것이 아니고, 우리 개개인 모두의 구원자, 해방자에 대해 예언하였습니다. 그리스도는 “임마누엘”, 즉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마태오1:23)이십니다. 우리와 함께 계시는 그리스도께서는 자신의 거룩함을 우리 모두가 본받기를 바라십니다. 이것은 하느님의 계명이기도 합니다. “내가 거룩하니 너희들도 거룩하게 되어라.”(레위기20:7, 26, 베드로전 1:16)


거룩하게 되려는 노력이 세상을 파괴에서 구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거룩함의 길로 나아갈 때 그만큼 세상은 거룩하게 될 것이고, 인간의 탐욕은 진정될 것이고, 정의가 사람들의 관계를 지배할 것이고, 생명을 헤치는 무기는 사라지게 될 것이고, 전쟁과 싸움은 줄어들 것이고, 평화가 이 땅에 깃들 것이며, 사랑의 하느님께서 사람들의 마음에 거하게 될 것입니다.


베들레헴의 거룩한 아기는 우리 각자의 마음 안에도 탄생하십니다. 그리고 그 거룩한 아기의 힘은 우리 마음에 거룩함을 향한 갈망을 낳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여러분에게 원하시는 것은 여러분이 거룩한 사람이 되는 것”(I데살로니카4:3)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그리스도의 탄생은 우리들 자신의 새로운 변화을 이끌어내는 동기가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성 대 아타나시오스의 잘 알려진 말씀은 우리 각자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처럼 될 수 있도록 그분은 사람이 되셨습니다. 우리가 눈에 보이지 않는 아버지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그분은 육신을 취하셨습니다. 우리들에게 부활을 유산으로 주시기 위해 사람들 대신에 불명예를 안으셨습니다.”(『말씀이 사람이 되심에 대해』, 54,3)


삐시디아의 소티리오스 대주교와 모든 성직자들과 협력자들과 함께 여러분 모두에게 복된 성탄절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한국의 암브로시오스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