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브로시오스 조성암 한국대주교

암브로시오스 대주교의 2010년 부활절 메시지

ttoza 2010. 5. 5. 14:44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주시는 부활의 기쁨은 오늘날 우리가 가장 받고 싶어하는 선물입니다. 왜냐하면 지난 몇 년 동안 전 세계를 강타한 경제 위기로 인해 제일 먼저 사라진 것이 기쁨이기 때문입니다. 경기 침체로 인해 가정과 기업체들이 여러 모로 어려움을 겪게 되고 또 개인과 공공기관이 재정적으로 허리띠를 졸라 매게 됨에 따라 사람들의 입술에서 웃음이 조금씩 사라자고 사람들의 마음에서 기쁨이 점차적으로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불행하게도 기쁨이 있던 자리에 불안과 절망, 정신적인 문제들, 그리고 특히 젊은 세대에게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대신 자리잡았습니다.

 

우리가 지금 이런 암울한 현실 속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모든 사람이 알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모든 사회적 계층의 사람들이 이런 현실을 매일같이 경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슨 방법을 써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절망과 슬픔에 빠져 있는 현대인에게 점점 사라지고 있는 기쁨이 돌아올 수 있을까요? 다른 종교 단체들, 정치 단체들 그리고 사회 단체들이 이 질문에 대한 대답과 해결책을 수없이 많이 내놓고 있지만, 그 어느 것도 암울한 지평선을 만족스러울 만큼 환하게 밝혀주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해결책은 이미 주어졌습니다. 그 해결책은 바로 부활하신 그리스도에게 있습니다. 그분의 생명을 주시는 무덤 안으로부터 기쁨이 솟아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세상에 기쁨을 주시기 위해 오셨습니다. 인간의 삶에 다양한 위기를 불러 일으켰고 지금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죄로부터 우리를 구원하시고, 우리에게 참되고 영원한 기쁨을 주시기 위해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약속하신 대로 «이 기쁨은 아무도 빼앗아 가지 못할 것입니다.» (요한 16:22). 우리 정교회는 «십자가를 통해 온 세상에 기쁨이 왔습니다», «주여, 당신은 부활하심으로써 만물을 기쁨으로 채워주셨습니다» 라고 우렁찬 목소리로 선포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 모두가 «넘치는»(요한 16:24) 기쁨을 받도록 하시기 위해 우리 죄를 속죄하는 희생 제물이 되셨습니다. 그리스도는 «새로운 빠스하이며, 제사를 드리시는 분이시자 스스로가 제물이기도 하시며, 하느님의 어린 양이시며, 세상의 죄를 없애주시는 분이십니다.»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신 후에 «모든 피조물들이 즐거워하고 기뻐합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습니다. 슬픔이 있던 곳에 기쁨이 데신 자리잡았습니다. 그 예가 향료를 가져간 여인들입니다. 그 여인들은 무덤을 향해 갈 때만 해도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지만 잠시 후 주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주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그녀들의 입은 기쁨으로 충만했습니다.» 그 여인들은 부활하신 주님에게서 «평안하냐?»(마태오 28:9) 라는 말씀을 처음 들었을 때 느꼈던 그 부활의 기쁨을 두려움에 떨고 있던 제자들에게 그대로 전했고, 오늘날에도 «부활하신 주님의 기쁨의 복음»을 현대인들에게 계속 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뻐하고, 춤추고, 즐거워하라» 라는 세 단어로 기쁨을 표현한 거룩한 성가 작가의 권고에 따라 «신랑이 되어 무덤에서 나오신» 그리스도와 함께 흥겨운 결혼 피로연에 참여하라고 교인들을 부르고 있습니다.

 

우리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어떤 위기를 겪고 있고, 어떤 슬픔과 고난과 근심을 겪고 있다 해도, 또 일상생활을 하면서 어떤 어려움과 시련을 만난다 해도, 우리는 결코 성령의 열매인 기쁨을 잃어서는 안됩니다. 초대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를 알게 되고 믿게 되었을 때 «기쁨과 성령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사도행전 13:52) «당신이 늘 하느님을 바라보면서 살아간다면» 당신의 삶은 언제나 기쁨에 충만할 것입니다, 라고 대 바실리오스 성인은 말했습니다. (감사에 대하여 ΕΠΕ 6, 104) 욕심, 물질에 대한 집착, 그리고 영적 선에 대한 무관심이 항상 모든 위기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기억합시다. 그래서 사도 바울로는 «하느님의 나라는 먹고 마시는 일이 아니라 성령을 통해 누리는 정의와 평화와 기쁨입니다.»(로마서 14:17) 라고 분명하게 말했던 것입니다.

 

피시디아의 소티리오스 대주교님, 동료 사제들, 수녀님들 그리고 주님 안에서 함께 일하는 협조자들과 함께 나는 «희망을 주시는 하느님께서 믿음에서 오는 온갖 즐거움과 평화를 여러분에게 가득 안겨 주시고 성령의 힘으로 희망이 여러분에게 넘쳐 흐르게 하여 주시기를 빕니다.» (로마서 15:13)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