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와 증언, 복음의 실천

성찬예배를 빼먹고 싶었던 신부

ttoza 2016. 7. 31. 18:45





성찬예배를 빼먹고 싶었던 사제

  

아주 추운 겨울날, 성찬예배를 드리고 싶지 않은 한 사제가 있었다.

 

영하의 날씨는 매우 추웠고, 예배에 올 사람은 성가대원 단 한 명뿐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사제는 아주 힘겹게 성당으로 향하였다. 가는 길에 그는 성가대원이 오지 않아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성가대원은 성당에 왔다.

 

사제는 준비예식을 서둘러서 하고는 이내 성찬예배를 시작하였다. 그런데 조금 지나서 몇 명의 주교들과 사제들, 수도자들, 그리고 신도들이 도착하였다. 그들 대부분은 성가대석에 자리 잡고는 아주 아름답게 성가를 부르기 시작하였으며, 그리하여 사제는 추운 날씨와 홀로 외로웠던 상황 등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사제의 몸은 따뜻해졌고, 전신이 불덩어리에 휩싸인 듯해졌다. 소입당을 하면서는 성당 전체가 잘 아는 사람들로 가득 찼음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그런 것들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계속해서 예배를 집전하였다.

 

거룩한 봉헌물을 축성하는 순간이 되자, 사제는 빛나는 제의를 입은 세 명의 주교가 지성소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주교들은 사제와 함께 무릎을 꿇고는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나서 사제는 두려운 마음으로 조심스레 일어나 향로를 들고는 큰 소리로, ‘지극히 거룩하고 정결하고 복되시고 영화로우신 평생 동정녀 성모 마리아를 위하여 이 온당하고 피흘림이 없는 예배를 주께 드리나이다라고 외쳤다. 사제의 영혼은 놀라움과 신성한 기쁨으로 가득 차올랐다. 평화와 하늘의 고요가 사제의 속마음을 가득 채웠다. 봉헌물(어린 양)을 들어 올려 자르는 순간이 되자 성당 전체에 감미로운 성가가 울려 퍼졌다. 성당 안에 있던 많은 회중들이 성직자, 수도자들과 함께 거룩한 분은 주님 한 분, 주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 아버지를 영접케 하는도다라고 여러 번 노래하였다. 그 다음으로 그들은 성체성혈을 영하는 성가를 불렀다. ‘너희는 주의 어지심을 맛들이고 깨달아라, 알렐루야


사제는 무엇을 해야 할지 어리둥절했다. 그는 성체성혈을 먼저 받든지 아니면 참석한 세 분 대주교들을 위해 옆으로 비켜서든지 해야만 했다. 그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한 주교님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먼저 성체성혈을 받고 이어서 성반 위에 있는 어린 양의 남은 부분들을 성모님, 성인들의 몫과 함께 성작 안에 넣으라고 가리키고 있었다. 이것을 모두 마친 뒤, 사제는 아름다운 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성당 안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았다... 그는 돌아서서 제단 쪽과 지성소 오른쪽, 왼쪽을 바라다 보았다. 주교들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는 너무도 놀라와 그 자리에 선 채로 말을 잃고 말았다. 이윽고 그는 천천히 입을 열어 다음의 말을 이어갔다. ‘하느님에 대한 경건한 마음과 믿음과 사랑으로 가까이 올지어다.’ 그리고나서 성가대원이 조심스레 다가와 성체성혈을 영하였다.

 

사제는 아직도 놀라고 의아해하는 표정이었다. 승리한 교회 전체가 그곳에 있었던 것이다. 성당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은 사제가 잘 알고 있던 사람들이었으며, 이제는 이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었고, 때때로 성찬예배 때마다 이름을 부르며 기억하고 기념하던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그들이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었고, 모두 낯설지 않고 친숙한 얼굴들이었구나!’라고 사제는 생각하였다. 제단 주위에 함께 있었던 세 분 대주교는 다름아닌 성 대 바실리오스, 성 그레고리오스 신학자, 성 요한 흐리소스톰이었다.

 

오랜 세월동안 대학에서 공부하고 잠을 줄여가며 그토록 많은 연구를 행하였건만, 그런 노력들은 이 날 있었던 단 한 번의 성찬예배 경험이 사제에게 준 감미로움과 신성한 지식의 지극히 작은 한 부분만한 것도 줄 수 없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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