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제가 되어다오

어느 러시아인 사제의 일기 11

ttoza 2022. 6. 13. 22:44

 

핀란드의 정교회 성당

 

40. 세 가지 연속적으로 인상 깊은 것이 있습니다. 첫째는 가다라 지방의 돼지떼에 대한 복음서(마태오 8:28-34)를 읽는 것이고, 둘째는 대성당 안에서 어떤 광인(狂人)을 지켜보는 것, 그리고 셋째는 베르자예프(N. A. Berdyaev, 1874-1948. 종교 사상가이며 작가. 혁명이후 프랑스 파리에서 살았던 러시아 지식인들 가운데 유명한 인물이었다.)'인간의 운명‘(1931)에서 악과 자유에 대한 장()을 읽는 것입니다. “자유는 신에 의해 창조되지 않았다. 그것은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것이며, 시작이 없다.” 그러므로 피조물의 자유를 위한 책임은 창조주 하느님에게서 제거되었습니다. 사람은 하느님의 자녀이면서 동시에 혼돈(자유)의 자식입니다. 비존재가 존재가 되기로 자유로이 동의하였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참다운 길을 지옥과 혼돈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것이 죄와 광기의 원인입니다. , 빛의 법에 자발적이며 자유로이 순종하는 대신에 혼란스럽고 무질서한 자기 의지에 사로잡히는 것. “나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더 얻어 풍성하게 하려고 왔다.”(요한 10:10)

 

41. 감정에 가깝게 휘말린 영성의 형태가 있습니다. , 심미적이고 지나치게 감상적이며 격정적인 것이 그것인데, 이것은 흔히 이기심, 허영심, 그리고 감각적인 관능성(官能性)과 함께 공존할 수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사람들은 자기 영적 아버지의 칭찬과 좋은 의견을 기대합니다. 이런 사람의 고백을 듣고 받아들이는 일은 영적 아버지에게 매우 어려운 과제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다른 사람에 대해 불평하고 찡얼거리기 위해 오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자기 자신만의 생각으로 가득 차 있으며, 선뜻 이웃을 비난합니다. 그들이 지닌 종교적 헌신의 형편없는 빈약함은 그들이 쉽게 화와 짜증을 내는 상태에 빠져드는 것에 의해 가장 잘 나타납니다. 그런 사람들은 상습적이고 고질적인 죄인들보다도 진심어린 회개와 통회(痛悔)의 가능성에서 더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42. 그리스도인들에게 계속해서 가해지는 비난이 있습니다: ‘당신의 신앙은 당신 삶의 방식에 어떤 외적 영향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일 당신이 그토록 깜짝 놀랄만하며 경탄할만한 것들을 정말로 믿었다면, 다른 방식으로 살았을 것입니다.’

 

그러면 대답은: ‘당신은 정말로 그런 죽음이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믿습니까? 당신은 이것을 단지 믿을 뿐 아니라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당신 삶의 방식에 어떤 큰 차이를 만들어내나요?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43. 만일 어떤 사람이 자신의 삶을 논리와 상식에 따라 이끌지 않고 최고의 법, 곧 사랑의 법을 따른다면, 그는 언제나 바를 것입니다. 다른 모든 법은 사랑에 비한다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사랑은 사람의 마음을 지휘할 뿐 아니라, ‘해와 다른 별들을 움직이기 때문입니다’.(단테의 신곡에서 인용) 자기 안에 이 법을 간직하는 사람은 살게 됩니다. 자기 자신을 철학과 정치, 그리고 오직 이성에 의해서 지배받게 하는 사람은 죽습니다.

 

- 알렉산더 V. 엘카니노프 신부(+1934년 안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