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제가 되어다오

어느 러시아인 사제의 일기 10

ttoza 2021. 7. 19. 17:22

 

35. 신앙은 부정적인 논쟁술과 정신에 의한 시련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신앙은 그런 시련을 견뎌낼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려워해야만 할 것은 우리 영의 나약함, 마음의 배신’(러시아의 종교사상가이며 작가이고 슬라보필레[Slavophile] 운동’[러시아의 미래발전이 러시아 초기역사에서 비롯된 가치와 제도를 기초로 하여 이루어지길 바랬던 19세기의 지적인 운동. 역자주]의 지도자인 이반 키리브스키[Ivan Kireevsky, 1806-56]의 표현)입니다.

 

36. 믿기 위해서 증거를 요구하는 사람은 잘못된 길에 있는 것입니다. 신앙은 자유로운 선택입니다. 증거를 바라는 욕망, 심지어는 우리 자신에게도 숨기워진 욕망이 있는 곳은 그 어디라 할찌라도 신앙이 없습니다. 신적인 현현(顯顯)에 대한 증거나 흔적은 일종의 (증거를 들어 사실인지 아닌지를 밝히는) ‘증명들로 여겨져서는 안되며, 이런 것은 신앙의 위대한 미덕을 질적으로 저하시키거나 무가치하게 만들 것입니다.

 

37. 성인들이 경험한 죄성(罪性)에 대한 깊은 감각은 그들이 빛의 근원이신 그리스도에게 가까이 있음으로 인해 생겨나게 됩니다.

 

38. 내면의 혼돈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우리는 객관적인 질서를 인정해야만 합니다.

 

39. 특별히 우리들 가운데 어떤 이의 경우에서, 심지어는 사람의 본성과 유전적 특징과 전체적인 모습 등 모든 것이 그()와 하느님 사이에 담을 쌓아올릴 때, 우리가 하느님께로 다가가기란 그 얼마나 어렵습니까?

 

우리가 가장 자주 마주치는 사람의 유형은 세 가지 특성이 함께 결합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첫째는 교만이죠. 이는 자기 자신의 힘에 대한 믿음이며, 자신의 창작품을 보며 즐거워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지상의 삶에 대한 열정적인 사랑입니다. 셋째는 죄에 대해 그 어떤 감각도 없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하느님께로 다가갈수 있겠습니까? 지금 자신의 처지대로, 그들은 아무런 희망이 없이 하느님에게서 외따로 떨어져 있습니다. 그들은 심지어 하느님이 필요하다는 것조차 느끼질 못합니다. 그리고 이런 것은 정확히 교육과 문학 등을 통해 이루어진 현대적인 삶의 조건 속에서 생겨난 인격의 유형입니다. 하느님에 대한 생각은 영혼에서 지워졌습니다. 이런 사람이 다시 태어날 수 있으려면, 그전에 어떤 시련과 재앙이 꼭 있어야만 하는건가요?

 

- 알렉산더 V. 엘카니노프 신부(+1934년 안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