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제가 되어다오

어느 러시아인 사제의 일기 8

ttoza 2021. 5. 22. 21:54

 

 

20. 교만한 사람은 세상에 대해 귀가 먹었고 눈도 멀었습니다. 그런 사람은 세상을 보지 못하며, 모든 것 속에서 오직 자기 자신만이 비춰 보일뿐입니다.

 

21. 흐느껴 우는 사람을 어떻게 위로해야만 할까요? 그런 이들과 함께 울어줌으로써... (위로해야만 합니다.)

 

22. 암으로 수술을 받은 X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녀는 끊임없는 끔찍한 아픔(마치 나를 물어뜯어서 갈기갈기 찢어놓는 개들과 같은...)을 느끼고 있으며, 그런 상황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리라는 그 어떤 희망도 없습니다. 그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하느님께서 저에게 왜 이런 불행을 보내셨는지 저는 이해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하루하루의 사소한 일들과 하찮고 옹졸한 화, 짜증 등에 너무 깊이 빠져 꼼짝할 수가 없으며, 이 때문에 하느님은 우리를 흔들어 놓고 싶어하십니다. 모든 것이 어떻게 변했으며, 어떤 특별한 영적 자질들이 우리 모두의 안에서 드러났습니까! 어제는 L이 밤새 저와 함께 있었는데, 정말로 멋진 밤이었습니다! 그녀는 무한히 온화하고, 참을성이 많았으며, 모든 일을 아주 조용하면서도 능숙하게 처리하였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매우 친절하고, 주의를 기울이면서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에 고통의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 주님은 우리를 위한 무한한 연민과 동정심을 갖고 계십니다. 그러나 우리가 어느 정도의 불꽃과 성스러운 불을 발할수 있는 것이 그저 불행과 재난을 당했을 때만이라면 대체 무엇이 이뤄져야만 하는 것인가요? 이런 이유로 전쟁과 혁명과 질병이 있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이 창백한 공책에 나타나는 것보다도 죽어가는 이의 방 안에서, 바로 어제 훨씬 더 충만한 의미로 보여졌습니다.

 

23. 우리 안에 죄가 되는 모든 것은 아주 대단히 활기가 넘치고 열정적이어서, 우리가 흔히 하는 미미하고 허약한 참회는 우리를 사로잡고 있는 이 죄의 요소에 비할때 완전히 불균형을 이룰 뿐입니다.

 

24. 천상의 아름다움을 담은 형상에 우리의 시선을 돌리는 것, 이것이야말로 지옥의 노예상태에서 우리 자신을 자유롭게 하고, 지옥을 연상시키고 암시하는 것들에 저항하는 최고의 수단입니다.

 

- 알렉산더 V. 엘카니노프 신부(+1934년 안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