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의 세상에서 정교인으로 살아가기(2)
- 트리폰 수도원장
그럼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 첫째로 어떤 경우에도 우리의 신앙을 숨겨서는 안된다. 이 말은 우리가 설교조로 가르치려 들거나 자기의(自己義: 스스로 의로운 체 하는 것)에 빠지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자기의 신앙에 감사하는 그리스도인은 신앙이 없는 이에 대해서도 따뜻하며 정겹게 대한다. 우리의 정교 전통이 요구하는 바를 따르면서 동시에 그리스도에 대해 사랑어린 증언을 하는 것은 아주 좋은 출발점이다.
만일 우리가 비신앙인과 함께 저녁식사를 한다면 우리의 신앙에 대해 많은 말로 요란한 진술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며, 하지만 마찬가지로 우리가 정교인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식사를 하기 전 간단한 십자가 성호를 긋는 것은 단지 음식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는 것일뿐 아니라, 우리의 구세주를 진심으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우리 신앙의 자발성을 조용히 증거하는 것이다. 우리가 사람들 앞에서 당신을 부인한다면, 주님도 성부 앞에서 우리를 부인할 것이라고 주님은 말씀하셨다.(마태오 10:32-33 참조) 우리 신앙의 전통을 지키는 것, 금식기간에 성실히 임하는 것, 매주 규칙적으로 예배에 참석하려고 애쓰는 것 등은 영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신앙에 대한 헌신과 그리스도를 향한 우리의 사랑을 기꺼이 증언하려는 행위가 주위의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만일 구세주에 대한 우리의 사랑이 가족과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옮겨진다면, 우리 주변의 사람들은 하느님이 실제로 계시고, 정교 신앙이 우리의 본성을 정말로 변화시키는 참다운 삶의 길이라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우리가 기쁜 삶을 살아가면서도 남을 판단하지 않는 것을 사람들이 보게 될 때, 이윽고 그들은 우리가 지닌 것을 원하게 될 것이다. 그때 비로소 값비싼 보물과 같은 우리의 신앙 또한 그들의 것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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