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안토니 코냐리스 신부, 1926-2020)
2차 세계대전때 시몬 비젠탈(1908-2005, 오스트리아 태생의 유대인 홀로코스트 생존자. 작가)은 폴란드의 한 수용소에서 포로로 있었다. 어느날 저녁 간호사가 그의 손을 잡고는 어떤 젊은 나치친위대 군인에게로 데려갔다. 그 군인의 얼굴은 낡은 천으로 싸여 있었으며, 눈에는 거즈가 붙어 있었다. 그는 아마도 스무살 정도의 나이로 앳되어 보였다. 그 군인은 비젠탈의 손을 움켜잡고는 유대인에게 할 말이 있다고 말했다. 곧, 자기가 힘없는 유대인들에게 저지른 범죄를 고백하기 전에는 죽을 수가 없다는 것과 죽기 전에 용서받기를 원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나서 그는 비젠탈에게 자기가 속한 대대(大隊)가 유대인들을 학살한 끔찍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당시 유대인들은 부모와 아이들로서 친위대원들이 불을 지른 한 가옥에서 밖으로 탈출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비젠탈은 사악한 일에 가담하였다가 마침내 죽어가는 사람(군인)이 하는 모든 이야기를 들었다. 마지막에 그는 군인의 손을 홱 뿌리치고는 방을 나와버렸다. 비젠탈은 그 군인을 용서할 마음도, 용서할 힘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바른 일을 한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는 이런 물음으로 이야기를 끝맺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C. S. 루이스(C. S. Lewis: 1898-1963, 아일랜드에서 태어난 영국 작가, 기독교 사상가)는 언젠가 말했다. ‘모든 사람이 용서는 고귀하고 아름다운 이상이라고 말한다. 단, 누군가 용서해야할 사람이 생길 때까지만... ’
우리도 가만히 앉아 스스로에게 물어본다면 어떨까?
나는 다른 사람을 용서하고 있나?
나는 누군가가 나에게 행한 잘못을 바로 용서할 마음이 있나?
나는 진정으로 그리스도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