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들

자신을 돌아보기 위한 이야기 53

ttoza 2016. 4. 20. 15:14






친절함의 열매

 

아나스타시오스 수도원장은 값이 18펜스쯤 하고 신구약 전체 내용이 담겨져 있는, 아주 좋은 양피지로 된 책 한 권을 가지고 있었다. 한 번은 어떤 형제가 그를 찾아왔다가 그 책을 보고는 훔쳐서 얼른 달아나 버렸다. 그런데 그 날 수도원장은 그 책을 읽으려고 하다가 없어진 것을 발견하였으며, 바로 자신을 찾아왔던 그 형제가 가져간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수도원장은 그 형제가 도둑질에다 위증죄마저 더하게 될까봐 염려하여 그의 뒤를 쫓아가 물어보는 일을 그만두었다.

 

그런데 도둑질을 한 그 형제는 책을 팔려고 가까운 도시로 내려갔다. 그리고 16펜스에 책을 사라고 요청하였다. 가게 주인이 대답하기를, ‘책을 이리 주시구려.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살펴보리다.’라고 하였다. 책을 받자 그 주인은 수도원장에게로 가지고 가서, ‘수도원장님, 이 책을 한 번 살펴봐 주십시오. 그리고 과연 이것이 16펜스에 살만한 가치가 있는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정도 값어치가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수도원장은 아무렴요. 이것은 좋은 책입니다. 지금 말씀하신 정도의 가치가 충분히 있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그래서 주인은 다시 그 형제에게 가서는 여기 돈이 있소이다. 수도원장님께 책을 보여드렸더니, 이것이 좋은 책이고 적어도 16펜스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러자 그 형제는 그 분이 그 말 말고 다른 말은 하지 않으셨나요?’라고 물어보았다. ‘아니요! 다른 말씀은 없었습니다.’라고 주인이 대꾸하였다. ‘그래요. 제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이 책을 팔지 않겠습니다.’라고 형제가 다시 말하였다.

 

그리고나서 그 형제는 서둘러 수도원장을 찾아가 눈물을 흘리며 책을 가져가시라고 간청하였다. 그러자 수도원장은 책을 받으려고 하지 않은 채, ‘형제여, 평화로운 마음으로 돌아가시오. 나는 그 책을 그대에게 선물로 주었습니다.’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그 형제는 대답하기를, ‘만일 책을 받지 않으신다면 저는 결코 어떤 평화도 얻지 못할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이 일이 있은 뒤로 그 형제는 자신의 남은 삶 전부를 아나스타시오스 수도원장과 함께 보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