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순절

성 에프렘의 기도

ttoza 2015. 4. 25. 16:46

 

 

* 대사순절에 많이 드리는 시리아인 수도자 에프렘 성인(St Ephraem, 4세기)의 기도에 대한 간략한 설명입니다.

* 더 상세한 해설은 정교회출판사에서 나온 '성 에프렘의 기도'(조성암 암브로시오스 대주교 저, 2013년)와 알렉산더 슈메만 신부의 '대사순절 - 부활절을 향한 여행'(그레고리오스 박노양 옮김: 정교회출판사, 2013) 61쪽 - 68쪽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성 에프렘의 기도 해설

 

이 기도는 사순대재(四旬大齋, Great Lent) 기간 중 주중의 예식 마지막 부분에서 큰 절을 하며 드리는 기도문이다. 이 짤막한 기도는 사순절의 성가나 기도의 내용을 종합하여 표현하고 있다. 시리아인인 에프렘(St. Ephraem the Syrian 306-373, 1월 28일 축일) 성인께서는 위대한 영성 지도자들 중의 한 사람으로서 대 바실리오스 성인(St Basil)과 동시대를 살았던 인물이다. 이 기도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 생명의 주이시며 스승이시여, 저를 나태한 마음(게으름)과 절망과 권력에 대한 욕망 그리고 헛된 말에서 멀리 떠나게 해주소서(엎드려 절한다).

그리고 주의 종에게 정결과 겸손과 인내 그리고 사랑을 주소서.(다시 엎드려 절한다)

주이시며 임금이시여, 저로 하여금 제 자신의 허물들을 알게 하시고 제 형제를 판단치 않게 하소서. 주는 영원히 영광을 받으시나이다. 아멘.(또다시 엎드려 절한다.)

 

사순대재 기간 중에 여러 번 되풀이하여 드리는 이 기도문은 회개하는 마음, 즉 정결해지고 싶은 마음, 보람된 삶을 살고 싶은 욕망, 그리고 이웃과 참된 친교를 맺고 싶은 희망을 표현한 순수하고 간단명료(簡單明瞭)한 기도이다.

 

사순대재 기간에는 특히 자주 큰 절을 하게 되는데, 이는 자만과 자아 만족을 없애려는 육적인 노력들 중 하나이며, 절을 함으로써 육신도 기도에 참여하게 된다.

성 에프렘의 기도는 각 개인이 영적 투쟁을 행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먼저, 이 기도는 근본적인 영적 질병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키려고 노력하며, 둘째로는 하느님과 우리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을 없애도록 도와준다.

 

여기서 근본적인 영적 질병 가운데 첫째는 나태한 마음, 곧 게으름이다. 우리의 생활을 게으르고 부정적인 것으로 만들어 모든 일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게 하며, 또한 일에 대한 의욕이 사라지게 함으로써 항상 침울한 상태에 놓이게 하는 것이다. 게으름은 모든 죄의 근원이 되며 영적 능력을 최저 수준으로 끌어내린다.

 

둘째, 절망은 병이다. 그 병은 영혼뿐만 아니라 육체도 죽일 수 있는 아주 위험한 것이다. 바울로 사도는 "세속적인 상심은 죽음을 가져올 뿐입니다"(고린토 II 7:10)라고 말했다. 그래서 정교회의 성인들은 그들의 삶에 절망이 드리우는 순간 모든 노력을 다해 그러한 생각을 멀리 내쫓으려 하였다. 곧, 사탄이 우리를 고통스러운 정신적 상태에 빠트려 주변의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보게 만드는 그 생각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간청 드리는 것이다.

 

셋째, 권력에 대한 욕망은 이웃에 대한 잘못된 사고방식으로 말미암아 남을 지배하려드는 영적 질환을 뜻한다. 우리의 삶이 하느님께로 향하지 않거나 영원한 삶에 그 가치를 두지 않는다면, 자기중심적이며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 이웃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지나지 않게 된다. 하느님께서 우리 생명의 주이시며 주관자가 되지 않으면 나 자신이 주가 되고 주관자가 되어 모든 일을 자기의 판단, 자신의 욕망, 자신의 생각 그리고 필요성에 따라 평가하게 된다.

 

넷째, 헛된 말 곧 잡담 또한 영적인 질병이다. 모든 창조물 가우데 오로지 인간만이 언어의 은총을 받았다. 하느님께서는 말씀(요한 1:1)이시기에 인간에게 있는 하느님의 모습에 대한 ‘증명’을 바로 언어에서 찾을 수 있다고 교회의 교부들은 가르치고 있다. 말은 자아의 본체를 나타내고 있으므로 자아성취나 자아파괴는 말에 의존한다. 말은 구원의 수단이 될 수도 있고, 죽음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말은 감화를 주기도 하고 또한 독약이 되기도 준다. 말은 진리를 전하는 수단도 되고 악의에 찬 거짓을 전하는 수단도 된다. 말은 긍정적인 힘도 있지만 부정적인 힘도 있다. 말은 참으로 긍정적인 것을 창조할 수도 있지만 부정적인 것을 창조할 수도 있다. 말이 그 본래의 근원과 목적에서 벗어난다면 말은 헛것이 되어 게으름, 쓸데없는 호기심, 그리고 권력에 대한 욕망을 강요하여 삶을 지옥으로 떨어지게 한다. 말은 죄 그 자체의 권능이 된다.

 

위의 네 가지가 바로 회개의 부정적인 요소들로서 없애야 할 것들이다. 오로지 하느님만이 이 일을 하실 수 있다. 그래서 이 기도의 첫 부분은 인간이 무능력한 상태에서 하느님께 부르짖으며 도움을 요청하는 간구의 내용이다.

 

다음은 회개의 긍정적인 목적을 위한 기도이다.

 

첫째, 정결(또는 순결)은 온전한 마음을 간직한다는 것이다. 정결은 육욕으로부터 깨끗해짐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스어의 원뜻은 육신이 영혼의 삶과 주관에 일치된 상태를 가리킨다. 이 일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육욕에 빠져 허덕이게 된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에게 이 온전한 마음을 회복시키셔서 올바른 가치관을 갖게 하여 하느님께로 돌아오게 하신다.

 

둘째, 정결의 열매는 겸손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진리의 승리로서 우리의 마음 속에 있는 모든 거짓을 없애는 것이다. 겸손만이 사실을 사실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겸손한 마음은 모든 것에서 하느님의 사랑, 선하심 그리고 권능을 보고 깨닫게 된다. 하느님께서는 자신을 낮추는 자에게 은총을 베푸시고 자기를 높이는 자를 물리치신다.

 

셋째, 정결과 겸손 다음에 오는 것이 인내이다. 타락한 인간은 인내심이 약하다. 모든 것을 올바로 바라보지 못하기 때문에 쉽게 판단하며 저주한다. 인간은 불완전하고 만물에 대한 지혜가 부족하기 때문에 자신의 판단에 따라 모든 것을 결정함으로써 모든 일이 당장 지금 이 시간에 이루어져야만 만족을 느끼게 된다. 인내는 신성한 덕이다. 하느님께서는 만물의 깊은 의미를 잘 알고 계시기 때문에 인내하신다. 하느님께로 가까이 오면 올수록 우리의 인내심은 더욱 더 강해진다.

 

넷째, 모든 거룩한 덕(德, virtue)의 결실이며 왕관은 사랑이다. 사랑은 하느님만이 베푸시는 것이며 모든 영적 준비와 투쟁의 목적이다.

 

위의 모든 기도 내용은 다음 기도의 간구로 결론을 내린다. ‘제 자신의 허물들을 알게 하시고 제 형제를 판단치 않게 하소서.’ 여기에는 한 가지 위험이 따르는데 그것은 곧 자만심(自慢心)이다. 자만심은 악의 원천이고 모든 악은 곧 자만심이다. 또한 내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가 않다. 이것 또한 자만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내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또한 형제를 판단치 않게 될 때에만 자만심은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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