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엘카니노프 11

어느 러시아인 사제의 일기 13

어느 러시아인 사제의 일기 13 53. “재물이 많은 사람이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루가 18:24) 우리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을 막는 것은 물질적인 부(富)만이 아닙니다. 여전히 더 큰 장애물은 정신적인 재능과 특별한 능력, 의지력 등의 더 고차원적인 자질입니다. 이 모든 것에 의해 도취되어 이끌리지 않고, 허영과 자만에 빠지지 않는 것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54. 우리 영혼 안의 정상적이고 평범한 순서는: 첫째,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영혼의 신비스런 내적 삶으로서 이는 곧 우리의 구원에 대한 진짜 보증(담보)인데, 이는 거룩한 세례와 여러 신비의 성사들, 그리고 성령의 영감을 통해 우리에게 주어집니다. 둘째, 자만과 허영심의 산(酸, 물에 녹았을 때 이온화..

어느 러시아인 사제의 일기 12

44. 믿음은 사랑 안에서 시작되고, 사랑은 관상 안에서 시작됩니다. 그리스도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만일 우리가 지금 그분을 본다면, 그분에게서 우리 눈을 뗄 수가 없을 것이며, ‘황홀경 속에서 그분의 말씀을 들을’ 것입니다. 복음서에서 수많은 군중이 그랬듯이 우리는 그분 주위로 떼를 지어 몰려들 것입니다.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저항하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는 단지 그분께, 복음서와 성인들과 교회 안에서 그분의 모습을 관상하는 것에 굴복해야만 합니다. 그러면 그분이 우리의 마음을 소유하실 것입니다. 45. 성인들의 생애를 읽는 것이 왜 그토록 중요합니까? 각양각색의 성인들의 삶 속에서 드러난, 하느님께로 이르는 무한히 다양한 길의 영역 안에서 우리 자신의 길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러시아인 사제의 일기 10

35. 신앙은 부정적인 논쟁술과 정신에 의한 시련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신앙은 그런 시련을 견뎌낼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려워해야만 할 것은 우리 영의 나약함, 곧 ‘마음의 배신’(러시아의 종교사상가이며 작가이고 ‘슬라보필레[Slavophile] 운동’[러시아의 미래발전이 러시아 초기역사에서 비롯된 가치와 제도를 기초로 하여 이루어지길 바랬던 19세기의 지적인 운동. 역자주]의 지도자인 이반 키리브스키[Ivan Kireevsky, 1806-56]의 표현)입니다. 36. 믿기 위해서 증거를 요구하는 사람은 잘못된 길에 있는 것입니다. 신앙은 자유로운 선택입니다. 증거를 바라는 욕망, 심지어는 우리 자신에게도 숨기워진 욕망이 있는 곳은 그 어디라 할찌라도 신앙이 없습니다. 신적인 현현(顯顯)에 대한 증..

어느 러시아인 사제의 일기 9

25. 내 자신과 나눈 대화에서: 왜 당신은 이것에 대해 좀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까? 매우 매우 중요한데. 그것이 정확히 어떤 중요한 것에 대한 저의 사고방식입니다. 모든 작동되는 기능을 잘 정리하십시오. 그러면 대답이 자동으로 나오게 될 것입니다. “너희는... 무슨 말로 어떻게 항변할까 걱정하지 말라”(루가 12:11) 26. 제게는 우리 삶의 길에 있는 가시와 엉겅퀴가 특별히 우리의 영혼을 치료하기 위해 하느님이 마련하신 것으로 자주 여겨집니다. 저는 저의 개인적이고 인격적인 삶 속에서 이것을 절대적으로 분명하게 보고 있습니다. 27. 고백성사때, 희미하고 약한 기억은 변명이나 핑계일뿐입니다. 망각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거나, 진심어린 마음이 없을 때, 그리고 죄에 대한 무감각과 무관심에 의해 생겨납..

어느 러시아인 사제의 일기 8

20. 교만한 사람은 세상에 대해 귀가 먹었고 눈도 멀었습니다. 그런 사람은 세상을 보지 못하며, 모든 것 속에서 오직 자기 자신만이 비춰 보일뿐입니다. 21. 흐느껴 우는 사람을 어떻게 위로해야만 할까요? 그런 이들과 함께 울어줌으로써... (위로해야만 합니다.) 22. 암으로 수술을 받은 X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녀는 끊임없는 끔찍한 아픔(마치 나를 물어뜯어서 갈기갈기 찢어놓는 개들과 같은...)을 느끼고 있으며, 그런 상황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리라는 그 어떤 희망도 없습니다. 그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하느님께서 저에게 왜 이런 불행을 보내셨는지 저는 이해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하루하루의 사소한 일들과 하찮고 옹졸한 화, 짜증 등에 너무 깊이 빠져 꼼짝할 수가 없으며, 이 때문에 하느님은 우..

어느 러시아인 사제의 일기 6

14. 우리에 대한 다른 사람의 의견 – 이것은 거의 예외가 없이 우리 모두 그 앞에서 자세를 취하는 거울입니다. 사람은 다른 이에게 나타내 보여지기를 바라는 그런 존재가 되려고 스스로를 (틀에 넣어) 만듭니다. 하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그(녀) 자신은 흔히 스스로를 포함하여 모두에게 알려지지 않은채로 남아 있으며, 반면에 행동하며 살아가는 것은 자기 자신의 상상력에 의해 꾸며내고 변장을 한 모습입니다. 스스로를 속이는 이런 성향(기질)은 (그 결과가) 하도 엄청나서, 자신의 본성 자체를 왜곡시키는 동시에 모든 인간 인격 속에 있는 독특(유일무이)하고 모방할수 없는 요소인 자기 자신의 자아를 희생시킬 것입니다. 그러나 언제라도 이런 암(과 같은 것)에서 자유로운 한 인격을 만날 때면 우리가 느끼는 매력은 ..

어느 러시아인 사제의 일기 5

10. 무엇이 우리의 영적인 힘을 증가시키는가? (싸워서) 극복된 유혹입니다. 11. 유한한 존재인 우리 안에 있는 무한한 것, 곧 사랑의 현존이 무한하신 분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인 죽음을 갈망하도록 우리를 이끕니다. 12. 이토록 어두운 우리의 삶 속에서조차 하느님은 우리를 버리지 않으시며, 도리어 그분은 우리의 기도 속에서, 신비의 성사 속에서, 하느님에 대한 우리의 사랑 안에서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그분이 우리와 친교를 나누신다는 것을 입증합니다. 13. 삶은 값지고 아주 특별하며 고유한 선물이지만 우리는 어리석게도 부주의하게 삶을 낭비하며, 삶의 덧없음을 잊어버립니다. 우리는 지나간 과거를 그리워하고 동경하면서 뒤돌아보거나, 그렇지 않으면 삶이 실제로 시작될 것처럼 보이는 미래를..

어느 러시아인 사제의 일기 4

7. ‘옷을 다 갖춰입은 채 수영을 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그리고 격정(파토스: 악으로 기우는 모든 인간적인 욕망. 또는 유한한 사물과 인간에 대한 끝없는 집착. 역자주)에 휩싸인 채 성삼위 하느님을 탐구하는 것은 위험합니다.’(성 요한 끌리막스[6-7세기]의 ‘신성한 상승의 사다리’에서 인용) 하지만 이것이 (많은 사람이 생각하듯이) 우리가 신학에 전혀 관여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이것은 먼저 우리 자신을 격정의 노예상태에서 자유롭게 해야만 하며, 그리고나서 우리는 ‘하느님의 신비’를 (완전히는 아니지만) 어렴풋이 맛보게 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8. 저는 다음의 성서구절을 계속해서 곰곰이 생각합니다: “너희가 만일 세상에 속한 사람이라면, 세상은 너희를 한 집안 식구로 여겨 사랑할 것이..

어느 러시아인 사제의 일기 3

4. 잠재의식의 수준에서 은밀히 우리에게 말하고, 또 흔히 우리 자신의 의지를 거스르면서 지금의 우리 삶이 거짓이라고 분명히 말하는, 억눌린 양심의 소리를 간직하고 있는 (보통 우리 안에서 경험하는) 이 끊임없는 불만족과 불안의 느낌은 무엇입니까? 우리에게 주어진 빛의 법칙과 갈등을 일으키면서 살아가는한 이 (양심의) 소리는 잠잠해지지 않을 것인데, 왜냐하면 그것은 우리 영혼 안에 계신 하느님 자신의 목소리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드물게 경험하는 강한 만족감과 충만함, 기쁨들은 우리 영혼 안에서 신적인 원리가 보편적 조화, 세상의 신적인 본질과 연합함으로써 이루어진 행복입니다. 5. 왜 모든 ‘즐거움’과 모든 ‘달콤함’은 죄입니까? 왜냐하면 즐거움의 순간은 우리의 개인적인 느낌과 감각을 강화시키는..

어느 러시아인 사제의 일기 2

1. 사제가 되기 전에는 제가 침묵해야만 하는, 제 자신을 자제해야 하는 것이 아주 많았었습니다. 저에게 사제직은 큰 목소리로 말할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2. 고통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그것(고통)을 ‘다른 세계’라는 배경에 맞서고 반대하는 것으로 여기는 것 말고는 다른 어떤 위안이 없습니다. 그리고 사실 이것은 근본적으로 유일하게 바른 관점입니다. 만일 이 세계 홀로 존재한다면, 그러면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은 전적으로 말도 안되는(터무니없고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분리, 질병, 무고한 고통, 죽음 등.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지상적 존재라는 우리의 작은 섬을 보이지않게 씻어주는 생명의 대양 안에서 의미를 갖게 됩니다. 우리들 가운데 누가 다른 세계의 숨결을 꿈과 기도 속에서 경험하지 못했단 말..